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황량한 평지 곳곳에 우뚝 솟아 있는 20m 높이의 흑적색 기둥 사이로 생활폐기물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온다. 미국 텍사스의 석유시추공을 연상케 하는 기둥은 쓰레기에서 배출되는 메탄가스를 모으는 가스포집정이다. 쓰레기가 쌓이고 흙이 덮여 산이 하나 만들어지면 가스포집정은 1m 남짓 윗부분만 남긴 채 잡풀 사이의 흙더미에 묻힌다.
이곳은 서울, 인천, 경기 지역 2600만 주민이 배출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 인천 서구의 제1·2·3매립장과 경기 김포시 제4매립장(예정)을 합쳐 세계 최대 규모인 쓰레기 매립지다.
1992년 서울 지역 배출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마포구 난지도(현 마포구 월드컵공원)가 포화상태에 도달하자 정부는 경기 김포군 서부의 간척지 일부를 대체 매립지로 지정해 3개 광역지자체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도권매립지를 조성했다. 1992년부터 2018년까지 수용능력 약 1만4000t에 달하는 제1, 2 매립장이 매립률 100%로 사용이 종료됐으며 제3-1매립장은 현재 60%가 찼다.
환경부는 2021년 종량제 폐기물을 선별이나 소각 없이 매립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공포했다. 수도권 3개 시도에서 2026년부터 쓰레기를 그대로 묻는 직매립이 금지되는 규칙이다. 종량제 쓰레기는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후 소각재만 매립이 가능하다.
언뜻 친환경적이고 완벽한 해결책으로 보이나 문제는 소각장이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염화수소, 질소산화물 등 다양한 오염물질이 발생한다. 충북 청주시 북이면에서는 1999년부터 소각시설 3곳이 들어선 뒤 인근 거주 주민 60명이 잇따라 암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20년 환경부가 진행한 건강영향조사에서 주민 체내에서 발암성 물질인 카드뮴과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대사체 등이 다른 지역보다 높게 검출되었지만, 집단 암 발병과 소각시설의 관련성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 탓에 여전히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도 오염물질에 대한 공포로 소각장 신설은 물론 증설이나 보수도 주민 반대에 막힌 상황이다. 2021년 인천시의 ‘수도권매립지 종료 및 자원순환 정책 시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86.9%가 서울·경기 쓰레기를 인천에서 처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수도권매립지의 하루 매립량은 약 3300t이다. 현재 사용 중인 제3-1매립장의 경우 6∼7년, 길게는 10년 정도 더 사용할 수 있다. 대체 매립지를 찾고, 가스 유출 방지시설 등 기반 시설을 갖춰 매립장을 조성하는 데 통상 7∼10년이 걸리는 것을 생각하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독일,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자원순환 관련 법 제도를 마련해 자원순환사회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다.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폐기물은 최대한 재활용해 자원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독일은 1996년부터 생산·오염자 부담원칙을 적용해 그들에게서 필요한 재정을 충당한다. 체계적인 폐기물관리 정책 덕분에 독일에서는 경제가 성장해도 폐기물이 증가하지 않는다. 성장을 유지하면서 폐기물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된 것이다. 일본도 2001년부터 재생이용을 거국적으로 추진한 결과 직매립량을 전체 쓰레기 배출량의 1.5% 미만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해외의 성공 사례는 많지만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불균형한 지자체 간의 매립지 문제,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안정성 확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의 빠른 대처와 과감한 정책 수립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가 갈등하는 순간에도 쓰레기는 매일 쌓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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