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 “차별·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
수업 거부·농성에 학교 측 “엄중 책임” 예고
동덕여자대학교 총학생회가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두고 본관 점거 농성과 수업 거부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학생들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로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부상하고 있는데, 학생회 측은 여성 권리 신장 등을 위해 여자대학이 사라져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2일 동덕여대는 김명애 총장 명의의 서면 입장문을 통해 “(공학전환이) 아직 정식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교무위원회 이전인 11월11일 오후부터 학생들의 폭력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측에 따르면 이달 5일 대학비전혁신추진단 회의에서 각 단과대학 교수들의 논의를 거쳐 검토된 발전방안 내용 가운데 공학전환 사안이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의견수렴 절차를 계획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총학생회 ‘나란’을 중심으로 학내에서는 공학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100여명의 학생들이 검은색 피켓을 들고 강경 대응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교내 곳곳에는 공학전환을 규탄하는 문구가 적혔다. 총학생회는 현재 학교 측의 일방적 결정을 비판하며 모든 수업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학전환 논의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학생회가 든 이유는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총학생회는 지난 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진주 편의점 폭행사건,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딥페이크 성착취 영상물 유포사건 등 여성 차별에서 기인한 셀 수 없이 많은 여성 혐오 범죄가 여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 한 우리에게 여자대학은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에서 안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학전환이 아니라 여자대학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여성의 권리 신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여대가 젠더 이슈와 소수자 인권 문제 등을 연구하는 학문적 역할을 하고 있고, 차별적인 시선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논의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공학전환은 시대의 흐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학령인구 감소와 사회 변화로 남학교나 여학교에서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는 중·고교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상명여대는 1996년 남녀공학으로 전환해 상명대로 바뀌었다.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통합했고 대구의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돼 남녀공학이 됐다. 덕성여대, 성신여대 등은 공학전환을 추진했으나 학생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일본의 경우 이미 20여년 전부터 학령인구 감소를 겪으며 상당수 여대가 정원 모집에 난항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고베 가이세이여대와 도쿄 게이센여대 등이 신입생 모집 중단과 함께 ‘잠정 폐교’ 계획을 발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국내에 남아 있는 4년제 여자대학은 동덕여대, 이화여대 등 7곳이다. 한양여대를 비롯한 전문대를 더하면 모두 14곳이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주변 여대에서는 동덕여대를 시작으로 여대가 남성들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느끼고 있다”며 “서울에 있는 여대, 전국 여대까지 큰 연대와 단합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입장문을 통해 “지성인으로서 대화와 토론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 대학에서 이와 같은 폭력사태가 발생 중인 것을 매우 비통하게 생각한다”며 “본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고, 이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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