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에도 광화문광장은 공사 중이다. 공사장 곳곳에 세워진 안내문엔 차량 중심의 도시구조를 보행 중심으로 개편해 시민들의 활동과 일상 속 공원 요소가 담긴 공간으로 조성한다고 돼 있다. 공사기간은 2022년 2월 28일까지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공사장의 속살을 볼 수 없다. 안전 가림막이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공사장 가림막으로 불리는 공사장 가설울타리의 이미지가 꽤나 눈길을 끄는지 지나는 시민들이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공사장 옆을 지나지만 기분이 과히 나쁘진 않다. 가림막에 그려진 작품(?) 덕분에 그냥 공사장 가림막이 아니게끔 됐다. 지나면서도 기분이 좋고 기념촬영까지 할 정도다.
서울시 시민소통담당관 소통전략팀이 디자인업체와 협업해 광화문광장 공사장 가림막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광장을 걷는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이 그림 속에 있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이 시각적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이미지를 그렸다고 한다. 안전이라는 가림막 본연의 기능에 시각적인 편안함까지 더했다.
집을 나와 거리로 나서면 온갖 감각들이 우리를 자극한다. 특히 눈으로 많은 것들을 본다. 거리에서 우리를 반기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삭막할 것만 같은 공사 현장의 가림막은 가린다는 본연의 기능과 함께 무엇을 보여주는 기능도 하고 있었다.
서초구 잠원동에 건립 중인 오피스텔 공사 현장엔 또 다른 가림막이 눈길을 끈다. 웃거나 찡그리거나 약올리거나 무표정한 이모티콘이 이곳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떠냐고? 길을 걷다 자꾸만 쳐다보게 된다. 서초구 공사장 가설울타리 상상디자인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행복한 서초구를 위한 감정전달자’란 작품이다.
“서초구는 2017년부터 관내 공사장 가설울타리를 도심 속 캔버스로 활용할 수 있는 참신하고 예술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공사장 가설울타리 상상디자인 공모전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2년마다 여는데 올해 3회째입니다. 공모전 수상작들은 관내 공사장 가설울타리에 사용됩니다. 다른 구에서도 공모전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문의를 해오기도 했습니다.” 서초구 도시디자인과 공공디자인팀 김선주 주무관의 말이다.
도시는 항상 공사 중이다. 공사장 가림막, 공사장 가벽, 공사장 가설울타리 등 명칭은 다양하지만 공사 현장을 가리는 용도로 계속 존재할 것이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가림막은 오히려 낙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공공디자인이란 측면에서 공사장 가림막의 변신은 죄가 아니다. 서울을 걷다 눈에 띄는 이미지들이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글·사진=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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