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가지마” “엄마, 너무 고생만 하다 가서 어떡해”
며느리의 통곡은 보는 이까지 먹먹하게 만들었다. 같은 배우로 연예계 선후배 사이이자 고부관계였던 고(故) 김수미와 서효림. 서로를 누구보다 아꼈던 두 사람의 마지막 모습이다.
27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故 김수미의 발인이 진행됐다. 발인식에는 유족과 함께 고인이 아꼈던 연예계 지인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이날 시어머니를 떠나보내는 서효림의 눈물이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서효림은 시어머니 김수미를 ‘엄마’라고 불렀다.
서효림은 지난 2019년 김수미의 아들이자 나팔꽃 F&B 대표인 정명호와 결혼해 슬하에 딸을 두고 있다. 생전 김수미는 서효림을 며느리로 대하기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며 진심으로 아껴준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서로 두 시간 정도 시시콜콜한 통화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다고. 서효림은 “원래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랑 친했다. 전남자친구 이야기도 하고 편하게 지냈다. 그때는 취향도 잘 맞고 그랬다”고 말했다.
특히 김수미가 서효림에게 집을 증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대해 김수미는 한 방송에서 “우리 며느리가 결혼하고 2년인가 됐을 때 우리 아들(정명호)이 묘하게 언론에 사기사건에 연루돼 나왔는데 무혐의로 판정이 났다”며 “그때 우리 며느리 마음이 상할까 봐 며느리 앞으로 내 집을 증여해 줬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만약 며느리 마음이 돌아서서 이혼하게 되면 법적 위자료 5000만 원밖에 못 받는 상황이니 이 돈으로 아이랑 잘 살라고 인간 대 인간으로 이야기했다. 물론 만약의 이야기다. 지금은 너무 행복하게 잘 산다. 시어머니에게 받은 대로 며느리에게 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시어머니에게 받은만큼 자신도 며느리에게 사랑을 주겠다고 다짐했다는 김수미.
김수미와 시어머니의 각별한 사이도 잘 알려진 바 있다. 김수미가 일찍 부모를 여의었다는 이유로 결혼에 실패한 후 현재의 남편을 만났는데, 교제 3년 차에 만난 시어머니의 인품에 반해 결혼을 결정했다고 한다. 당시 시어머니는 김수미에게 “객지에서 부모도 없이 얼마나 고생했겠나, 아가씨는 이마가 훤해서 참 정이 많다”고 말하며 상처 받은 김수미 마음을 다독였다.
시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지만 남편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다고. ‘유복자고 외아들이라 너무 귀하게만 키워서 철이 없다, 네가 우리 아들 좀 살려줘라’는 시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그는 “겸손하게 하시는 말씀인 줄 알았는데 남편이 신혼 초부터 정말 철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시어머니가 이혼을 권유하기까지 했다. 김수미는 “(시어머니가) 둘째 낳기 전에 ‘수미야, 싹수 노랗다. 이혼해라. 네가 연예계 생활 안 해도 구걸하지 않고 살도록 해주겠다’면서 신사동 건물을 내 앞으로 해줬다. 그러면서 ‘더 젊었을 때 좋은 사람 만나서 살아라. 미안하다’라고 하셨다”며 “근데 내가 ‘어머니, 50~60대가 되어서도 그러겠냐. 기다려보겠다. 나는 어머니 두고 못 나간다. 어머니랑 살겠다’라고 했다”며 애틋한 고부 사이를 이야기했다.
그런 시어머니를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로 잃어 힘든 시간을 보냈던 김수미. 당시 김수미가 새 차를 뽑았는데 그의 운전 기사가 시동을 걸자마자 차가 튀어나갔다고 한다. 집 담벼락에 김수미가 출연하는 연극 포스터를 붙이던 시어머니는 그만 그 차에 치이고 말았다. 이 일로 김수미는 불가에 귀의할 생각을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고 3년간 슬픔에 잠겨있었다. 하지만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만은 잊지 않았다. 그 사랑은 며느리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작품 속에서처럼 욕을 퍼붓지는 않았지만 김수미의 호탕한 면모는 서효림을 대할 때도 나타났다. 서효림은 “엄마랑 그냥 선후배일 때 ‘나한테 너를 누가 데려가니’ 하셨다”라고 말하자 김수미도 “너 같은 돌아이를 누가 데려가냐고 했다”라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또 서효림은 “(김수미가)주위에 남자 배우들한테도 효림이한테 대시 하지 말라고 니네 인생 잘못된다고 하셨다”고 말해 두 사람의 끈끈한 사이를 드러냈다.
친한 언니처럼 서효림에게 다가갔던 김수미. 그는 “우리는 맨날 만나면 옷 얘기한다. ‘청바지 어디 거야’ 물어보고, 입어도 본다“며 ”걔(서효림)가 다리가 긴데 나랑 사이즈가 똑같다. 옷 달라고 하면 ‘엄마, 이 바지는 안돼요’ 거절한다. 그런데 생일 날 새 거로 사오더라“고 자랑했다. 이렇게 주고받은 사랑은 그가 떠난 후에도 남아있다.
한편 고인은 지난 25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향년 75세. 사인은 고혈당 쇼크에 따른 심정지로 알려졌다. 장지는 용인 아너스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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