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탄핵으로 꾸려지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수장에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선출됐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박 부회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점에선 의협 내 전공의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여 중인 여·의·정 협의체에 의협이나 전공의·의대생 단체가 동참할지도 주목된다.
의협은 이날 박 부회장과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 회장 등 4파전으로 치러진 의협 비대위원장 온라인 1차투표에서 박 부회장이 재적 233명 가운데 123명(52.79%)의 표를 얻어 비대위원장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원장 임기는 새 회장 선출 전까지인데, 의협은 선거를 최대한 서둘러 새 회장 체제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박 신임 비대위원장은 “소외됐던 전공의·의대생들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면서 정부의 태도변화가 없다면 국민들은 의료 파탄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선거 과정에서는 박단 위원장이 선거 직전 박 신임 비대위원장 지지를 선언한 데 대해 다른 후보인 주신구 회장이 “선관위 규정 위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이어졌다. 의협 대의원회 의장단은 박단 위원장에게 “귀하가 의료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특정 후보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할 수 있는 글을 공개적으로 올려 선거에 영향을 준 사실에 대해 엄중히 경고하며, 차후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는 경고문을 보냈다.
박단 위원장이 임현택 전 회장의 탄핵을 이끌어내고 비대위원장 선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에 의료계에선 불편한 시선도 감지된다. 한 의료계 인사는 “박단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된 임 전 회장도 박 위원장 저격에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의협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회장 선거가 더이상 왜 필요한가”라며 “박단이 의협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농단을 해결 하면 된다. 분명한 건 본인이 누누히 얘기 해왔던 ‘2025년 의대정원 원점 재검토’까지 분명히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의·정 협의체가 연말 성과를 목표로 출범한 가운데 의협이 여기에 동참할지 주목된다. 앞서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현재 정부 입장대로면 협의체 참여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대한의학회의 협의체 참여해도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 위원회’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의협이 당장 협의체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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